비트코인(Bitcoin) 이 금이나 은보다 낫다?

요새 비트코인 (Bitcoin) 이 난리입니다. COVID-19 사태 직후 1코인 당 5천불 대 하던 것이 2021년 1월 2일 기준으로 3만불 언저리에 다다랐네요. 떡상도 이런 떡상이 없어보입니다.

제목이 조금 자극적인가요? 최근 저도 비트코인을 조금씩 매입하기 시작했는데, 관련해서 좀 알아보던 중에 우연히 보게 된 아래 영상 동영상의 제목이 저렇습니다. 다른 좋은 영상도 많긴 한데, 지난 번에 달러 가치와 인플레이션을 다룬 글과 우연히도 연결되는 것 같아 일단 이 영상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가라사대

이 영상에 나오는 분은 그 유명한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 (Robert Kiyosaki) 입니다. 사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이후로 이 분의 근황을 거의 모르고 살았는데, 찾아보니 뭐 파산 신청도 하시고 어쩌면 이것도 재테크의 일환일지도 지금은 엄청난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유투버가 되셨네요.

이 영상은 이 분이 일전에 올린 트윗에 대한 해설인 것 같은데, 해당 트윗은 이렇습니다.

.. What counts is not price,
but how many coins of gold, silver, or Bitcoin you own.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금, 은 (코인) 혹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냐는 것이다.

Robert Kiyosaki

곤두박질 치는 달러화의 가치

로버트 기요사키는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이후로 미국이 무한정 달러를 찍어내자 달러는 그야말로 “Fake”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COVID-19 때문에 찍어낸 달러화가 미국 역사 첫 200년간 찍어낸 돈보다 많다고 하며, 달러화가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종이 쪼가리가 되어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이 종이 돈을 열심히 저축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합니다. 달러 가치변화 그래프는 여기 여기서 그는 저축대신 금, 은, 여유가 된다면 비트코인을 사라고 합니다.

달러화가 무한정 풀리면서 이자율도 함께 내려갑니다. 1974년에는 1백만불 (약 11억원)의 돈을 저축하면 연 15% 이자를 주었는데, 지금은 2%도 안된다는 거죠. 1억 5천 이자와 2만불 이자는 확실히 큰 차이이긴 합니다. 가뜩이나 달러 가치도 떨어지고, 이자로 받는 돈도 적어지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자식들에게 가치도 없는 종이 쪼가리 달러화를 저축하라고 설파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 (Fed) 에 대한 불신도 상당합니다. COVID-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이미 미국의 부채 비율은 미국 국내총생산 (GDP) 의 130% 가량 되고, 노령 연금도 바닥이 나서 미국은 앞으로 계속 달러를 찍어낼 수 밖에 없다고 로버트 기요사키는 보고있습니다. 더욱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던지 간에, 사회 안정을 위해서 돈을 더 풀어야 하고, 이는 달러 가치의 추가하락을 의미합니다.

비트코인이 금, 은보다 더 나은 이유?

수량을 무한정 뽑아내는 달러와는 반대로 금, 은 그리고 비트코인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고, 그에 따라 가치가 앞으로 계속 상승한다는 게 이 분의 논리입니다. 거기에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이므로 물리적인 한계가 없다는 점이 금, 은보다 낫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굳이 더 나은 이유를 꼽자면 그렇지만, 로버트 기요사키는 계속 강조합니다. “무엇이 낫냐는 중요하지 않으며, 계속 사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은은 그나마 아직 저렴하다는 꿀팁과 함께

지난 번에 달러 가치의 하락에 대한 글을 쓴 뒤로 이 영상을 보니 저에겐 꽤 설득력이 있는 얘기로 들립니다. 2천1백만 개로 수량이 정해져있는 것도 그렇고, 최근엔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매입이 비트코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비교적 전통적인 금융기관인 Paypal 이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한 것도 인식 변화에 한 몫 했다고 저는 보는데요.

마치며..

어떠신가요? 개인적으로 저는 비트코인의 불안한 변동성과, 일반 화폐보다는 떨어지는 사용성 그리고 혹시 모를 보안성 문제가 아직 투자를 꺼려지게 하는 요소이긴 합니다만, 로버트 기요사키의 영상은 작게나마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고, 로버트 기요사키의 트윗을 쭉 훑어보니 어떤 것은 비관론을 넘어 종말론 수준의 언급도 있어 일단 참고만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아까 확인 해보니, 트럼프가 최근 서명한 부양책의 지원금이 은행에 벌써 꽂혔던데, 로켓배송 돈 들어오면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비트코인 투자도 진지하게 고민되게 만드는 밤입니다.

1달러가 다 같은 1달러가 아니라고? – 달러 가치의 변화와 인플레이션

US Dollar Value

인플레이션 (Inflation) 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른들께서 “내가 젊을 때는 짜장면이 몇백원이었는데” 하는 식의 말씀을 한번 쯤은 들어보신 적 있을겁니다. 어릴 때의 저는 짜장면이 옛날에는 더 싸서 좋겠다는 생각을 마냥 하곤 했었는데요. 현재 짜장면이 더 비싸졌다는건 옛날보다 물가가 상승했고, 그만큼 원화의 가치가 떨어져서 같은 짜장면을 사먹는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겠죠. 이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원화가 아닌 미국 달러의 가치는 어떻게 변화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래 세인트 루이스 연준의 FRED 통계 자료는 1913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미국의 구매지수를 나타내고 있는데, 과거의 달러가 현재 얼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위 그래프에서 회색으로 칠해진 세로 막대는 미국의 불황기를 나타내는데, 전반적으로 우하향하는 그래프가 1929년을 기점으로 크게 출렁입니다. 저 때가 바로 미국의 대공황 (The Great Depression) 이고요, 대공황이 끝난 1933년 이후로 그래프는 다시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913년 1월 100달러의 가치는 2020년 11월 기준 3.77달러

위 자료를 토대로 1913년 1월 100달러 (11만원, 달러 당 1,100원 기준)의 가치가 현재까지 어떻게 변화하는지 10년 단위로 계산을 간단하게 해보았습니다.

  • 1923년 1월 : 58.46 달러 (약 64,305원)
  • 1933년 : 76.18 달러
  • 1943년 : 58.11 달러
  • 1953년 : 36.84 달러
  • 1963년 : 32.29 달러
  • 1973년 : 23.90 달러
  • 1983년 : 10.03 달러
  • 1993년 : 6.89 달러
  • 2003년 : 5.40 달러
  • 2013년 : 4.26 달러
  • 2020년 11월 현재 : 3.77 달러 (약 4,150원)

그 말인즉슨, 극단적인 예로 만일 1913년부터 2020년까지 급여 인상없이 매년 100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수명이 매우 긴..) “김 씨”가 있었다 치면, 김 씨가 연봉 100 달러로 매년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은 점점 적어져 2020년에는 100 달러의 돈으로 5불 (5,500원) 어치의 물건도 못 산다는 뜻입니다. 물가가 엄청나게 오르고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물가가 올라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만일 김 씨가 2020년에도 1913년과 동일한 구매력을 유지하려면 얼마를 연봉으로 받아야 할까요?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의 이 인플레이션 계산기에 따르면 김 씨는 현재 기준으로 2,655.40 달러 (약 292만원) 의 연봉을 받아야 1913년과 동일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살겠네요.

미국의 여러 재화의 가격 변화는?

앞서 예를 들었던 짜장면처럼, 미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물건들은 역사적으로 가격이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2019년 야후의 기사에서 다음 재화의 가격 변화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평균치라서 실제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새 자동차
  • 1913년 가격 : 평균 1,432.89 달러 (약 158만원)
  • 2019년 가격 : 평균 약 35,444 달러 (약 3,898만원)
주택
  • 1970년 가격 : 평균 25,000 달러 (2,750만원)
  • 2019년 현재 가격 : 약 407,300 달러 (약 4억 4천만원)

    인플레이션만 놓고보면 1970년 가격은 현재 약 $163,933.20 정도 (약 1억 8천) 되어야 한다는데, 이 외에 다른 요소들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 같네요.
Half-gallon (1.89L) 우유
  • 1918년 가격 : 28 센트 (약 3백원)
  • 2019년 현재 가격 : 약 2.01 달러 (약 2,200원)
영화 티켓
  • 1960년 가격 : 75센트 (825원)
  • 2019년 현재 가격 : 약 13.69 달러 (약 15,000원)

    1960년 당시에도 저렴한 편이었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재 티켓 당 $6.34 (약 7천원) 정도 해야 한다는데, 그것보단 많이 오른듯 합니다.
휴대용 맥 컴퓨터
  • 1989년 가격 : 6,500 달러 (715만원)
  • 2019년 현재 가격 : 약 1,000 달러

    1989년도에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의 휴대용 버전이 나왔는데, 7킬로그램이 넘어가는 무게에 가격은 7백만원이 넘었다고 하네요. 인플레이션 적용 시 $13,304.17 (약 1,463만원) 이라고 하지만 요새는 기술발전으로 약 $1,000 만 주면 훨씬 좋고 가벼운 성능의 맥북을 살수 있으니 격세지감입니다.

    반면 이러한 기술발전은 스마트폰이나 랩탑 등 특정 제품의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떨어뜨리다보니 소비자 물가지수 (CPI) 를 이용한 인플레이션 계산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하네요. 더 설명하자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넘어갑니다 ㅎㅎ

내가 태어난 해 한국 짜장면 값은 얼마였을까?

찾다보니 정말로 과거에 짜장면 값이 얼마였는지 통계로 알려주는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바로 한국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안에 있는 “통계로 시간여행” 이라는 사이트 입니다. 단순히 통계지표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관련된 문화적 지표까지 결합해서 보여주는 시각화 컨텐츠인데, 몇 가지 해보니 재미있고 기발한 컨텐츠입니다. 작년 이맘때 새로 나왔나 본데, 홍보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래에도 링크 달아봅니다.

https://kosis.kr/visual/statisticTimeTour/index/index.do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 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한 국가의 통화량 팽창이 경제 성장을 웃도는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펼치게 되죠.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 (Fed) 내의 정책 수립기관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에서 이러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여기에서 목표치로 잡은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입니다. 인플레이션이 2%를 상회할 경우 경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여, 연준에서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월가의 예측 “30년간 못봤던 인플레이션이 온다?”

사실 통계청 사이트 얘기하고 글을 줄이려고 했는데.. 오늘 마침 이런 기사를 보아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하하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도 낮추고, 돈도 많이 풀고 하다보니 유동성 규모가 커지고, 이로 인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그런데 기사 속 전문가의 요지는 인플레이션 그 이후에 있습니다. 바로 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과도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려버리는 상황이 오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타격을 입을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왜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까요?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나 소비자가 돈 쓰는 것을 줄일테고, 이것이 주식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기업은 올라간 이자율을 감수하면서까지 돈을 빌려 투자를 하지 않을테고, 소비자들은 저축 등의 상품이 이자율이 올라가면 돈을 안쓰고 저축을 하겠지요.

앞서 언급한 기사에는 반대되는 견해도 있습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이로 인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지요. 연준이 이미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천명했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기에는 실업률 등의 지표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올지, 연준이 이에 대한 대응을 할지는 2021년이 되어봐야 알 수 있겠지요. 코로나 사태가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지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부분인 것 같구요.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는 이런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이런걸 잘 못해서.. 2021년 기념으로 다시금 마음 다잡아 봅니다.

넷플릭스 “퀸즈 갬빗” 이 가져온 체스 열풍?

지난 10월 23일 첫 방영된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퀸즈 갬빗 (Queen’s Gambit)” 은 최근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시청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남성 플레이어가 독보적인 체스 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적인 여성 플레이어 베스 하먼 (Beth Harmon) 이 정상을 차지하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그린 미드인데요. 소설가 월터 테비스 (Walter Tevis) 가 1983년 발간한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7부작 미니시리즈는 방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례로 방영이 시작된지 28일만에 6천2백만 가구에서 시청을 했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줄거리나 영상미도 완성도가 높지만, 미묘한 체스의 기술이나 전략 차이가 승패를 좌우하는 상황을 자주 연출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체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뒤늦게 체스를 시작했지만 제 자신이 마치 주인공 베스 하먼처럼 쟁쟁한 선수들을 격파하는 어이없는 그림을 괜시리 상상도 해보고, 또 한편으론 서양의 장기인 체스를 상식처럼 알아두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 것도 이유 중 하나이구요. 그런데 최근 블룸버그에서 나온 기사에 따르면, 요새 저같이 체스에 관심을 갖게된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하는데, 그 주요한 원인으로 바로 이 드라마 퀸즈 갬빗을 꼽고 있습니다.

온라인 체스로 몰려든 사람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유명 체스 게임 웹사이트인 Chess.com 은 올해 3월 팬데믹 이후 신규 회원이 꾸준히 늘었지만, 넷플릭스에서 퀸스 갬빗이 방영되기 시작한 이후 11월 한달 동안만 280만명의 신규 회원이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료로 체스를 즐길수 있는 또다른 사이트인 Lichess 에서는 2020년 11월 한달 간 무려 7천 8백만건의 게임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전년 동기에 비해서 두 배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Chess.com 의 신규 회원 수 증가를 나타내는 그래프
Source: Bloomberg Businessweek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퀸즈 갬빗 방영 이후로 Chess.com 에 유입된 신규 회원들의 성별 분포인데요, 기존 Chess.com 의 회원 성비가 여성 22% / 남성 78% 였던데 반해 신규 회원의 성비는 여성 27% / 남성 73% 로 더 상승했다고 하니, 퀸즈 갬빗의 주인공 베스 하먼이 남자들을 보기좋게 눌러버리는 모습에 많은 여성들이 동기부여를 얻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초반에는 베스 하먼이 게임 전적도 없는 나이어린 여성이라는 점에 다른 남성 선수들이 대놓고 업신여기는 장면도 부각되거든요.

퀸즈 갬빗 방영 전후 Chess.com 의 성비 변화
Source: Bloomberg Businessweek

미국 소비시장에 불어닥친 퀸즈 갬빗 열풍

퀸즈 갬빗의 파급력은 미국 소비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NPR 의 기사에 따르면, 6가지 체스 세트를 판매하는 유명 장난감 업체인 Goliath Games 의 경우 11월 한 달간 체스 세트 판매량이 전년 대비 무려 1,048% 상승했다고 하며, 다른 업체인 Spin Master 또한 Triple-digits (100% 혹은 그 이상) 판매량이 성장했다고 하네요. 중고 거래 사이트인 eBay 에서도 퀸즈 갬빗이 방영되기 시작한 이후 체스 세트 및 액세서리 판매가 215% 상승했다고 하는데, 왠지 체스를 하다가 안하고 처박아 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가 더없이 고마울 수 없겠네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eBay 에서 나무로 만든 체스가 플라스틱, 전자 (뭐지) 그리고 유리 체스를 합친 것보다 9배 더 수요가 높다고 하는데, 아마 퀸즈 갬빗의 배경인 냉전 시대의 “갬성”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Goliath Games의 Pressman 체스세트

새로운 플랫폼과 클래식 체스의 만남

퀸즈 갬빗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이 빛을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바로 실제 체스 경기를 하는 프로 선수들입니다. 올해 팬데믹으로 인해 프로 선수들은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Twitch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단순히 그간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져서 시청자 수가 많지 않았던 체스 경기가 이제는 프로 선수 간의 경기를 온라인으로 방송하며 거기에 중계 / 해설까지 곁들이는 정도가 되었다고 하니,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인것 같습니다. 여기 링크를 누르시면 Twitch 스트리머 GMHikaru 의 비디오를 보실수 있는데, 무려 73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체스 그랜드마스터 (체스 플레이어의 최고등급) 입니다.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역시 세상은 넓고 모르는건 많나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Chess.com 에서는 분명히 이러한 체스 열풍을 반기는 눈치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아예 퀸즈 갬빗을 테마로 한 장문의 글과 가상의 인물인 베스 하먼의 인물 분석까지 내놓고 있는데, 퀸즈 갬빗 드라마를 넘어 더 심도있는 체스 정보를 알기에 좋은 자료인듯 합니다. 영문 사이트이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해당 링크들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찾아보니 Chess.com 은 한글로도 이용 가능하니 퀸즈 갬빗을 보시고 체스에 도전해 보시고 싶은 분들은 좋은 기회가 될듯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Dr. Wolf 라는 어플을 해봤는데, 초보도 차근차근 배우기 좋은 앱인 것 같습니다. iOS안드로이드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세계 체스 강국은 어디일까?

앞에서 잠시 언급한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 줄여서 GM)는 세계 체스 연맹 (FIDE) 가 인정하는 체스 플레이어의 최고 등급입니다. 그렇다면 그랜드마스터가 제일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1위는 바로 러시아로 현재 256명의 GM 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위는 미국으로 101명의 GM을 보유하고 있는데, 러시아와의 차이가 압도적이죠. 퀸즈 갬빗에서도 미국 선수들이 소련의 선수들을 가벼이 보지 않던 이유가 여기에 있던 것 같습니다. 3위가 의외로 중국입니다. 48명의 GM 을 보유하고 있네요.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체스계에서 어떤 위치일까요? 세계 체스연맹 (FIDE) 랭킹에 따르면 국가랭킹으로는 90위이며, 그랜드마스터는 1명인데 이 GM의 이력이 특이합니다. 알렉세이 김이라는 분인데, 알고보니 러시아에서 GM을 땄지만 소속 연맹은 한국 체스연맹인 우즈벡 고려인 4세라고 하네요. 고려인 1세였던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한체스연맹으로 2006년 이적했으나, 최근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랜드마스터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겠지요. 퀸즈 갬빗의 선풍적인 인기가 대한민국에도 전해져 더 많은 체스 꿈나무들이 자라나고, 향후 과학이나 수학 올림피아드처럼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Queen’s Gambit Behind the Scenes. 단어 Gambit 은 “체스 초반의 수”를 뜻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