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시런이 포켓몬 OST를? Ed Sheeran – Celestial

저는 개인적으로 Ed Sheeran 의 곡들을 좋아하는데요. 지난 9월에 발표된 Ed Sheeran 의 곡 Celestial 의 뮤직비디오를 바로 얼마 전에야 보았는데, 귀여운 추억의 포켓몬들이 뮤비 속 에드 시런의 일상에 그림으로 녹여져 있어 개인적인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애플 뮤직에서 보았던 앨범 커버에서는 청록색의 바탕에 에드 시런과 피카츄가 펜화로 그려져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아 그냥 에드시런 신곡 커버에 피카츄가 그려져있구나 하고 말았거든요.

Ed Sheeran – Celestial 은 새로나온 포켓몬 게임의 OST

알고보니 에드 시런의 이 신곡은 단순한 싱글이 아닌 닌텐도 스위치의 Pokémon Scarlet and Violet 의 OST 곡인데요, 게임은 지난 11월 18일에 발매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에드 시런은 포켓몬과 콜라보를 하였을까?

“I met the people from Pokémon when I was traveling in Japan, and we joked about me writing a song for them”

“내가 일본을 여행할 때 포켓몬 사람들을 만났는데, 우리끼리 내가 포켓몬에 대한 노래를 쓰는 것에 대해 농담했었죠”

Ed Sheeran Instagram (해당 포스팅은 삭제됐네요)

확실히 농담처럼 던지는 말들이 대박이 터지더라구요 🤣

그리고 에드 시런 본인도 포켓몬의 오랜 팬

또한 음악 전문 잡지인 롤링스톤의 기사에서도 에드 시런은 포켓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습니다.
(사실 A Statement 라는데 그걸 못 찾아서 롤링스톤 기사에서 발췌했습니다)

“I’ve played Pokémon since I was in primary school. Me and my brother used to have different versions of the games and would trade Pokémon together ‘til we each completed our Pokédex. I loved the cards, but the games are what I lost myself in. I loved the whole world they created; it kept me distracted if there was negative stuff happening in my life/school that I wanted to avoid. It was a world I could escape into, and I’ve played it ever since.”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포켓몬 게임을 했어요. 저와 제 동생은 서로 다른 버전의 게임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가 포케덱스를 완성할 때까지 서로 포켓몬을 교환하곤 했습니다. 저는 카드를 좋아했지만, 저는 게임에 특히 빠져들었어요. 저는 그들이 만든 세계를 사랑했습니다. 제가 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일들이 제 삶/학교에서 일어난다면 그것은 저의 주의를 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탈출할 수 있는 세상이었고, 그 이후로 저는 계속 게임을 해왔죠.”

Rolling Stone 기사 “Ed Sheeran Loves Pokémon So Much He Wrote a Song About It”

포켓몬을 오죽 좋아했으면 노래 발매될 즈음에 포켓몬 캐릭터인 Squirtle (한국판으로는 꼬부기) 를 문신으로 새겼다고 하네요.

포켓몬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Celestial 뮤직비디오도 아래 가져와봤습니다. 한글 번역된 뮤비 클립 유투브 댓글판은 폭풍 소름과 감동의 도가니라는데 그 정도로 포켓몬을 많이 알지는 못해 아쉽습니다. 그래도 좋긴 좋네요 🥲

그런데 이 노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마요. 이렇게 감동의 도가니판인 노래로 누가 고통을 받았다는 거죠?

바로 Pokémon Scarlet and Violet 을 플레이하면서 스트리밍을 했던 트위치 (Twitch) 의 일부 게임 스트리머들입니다. 해당 게임은 다 깨고 나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그 때 에드 시런의 신곡이 함께 플레이되면서 가슴이 웅장해지는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스트리밍으로 대중에 무단 송출되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죠.

트위치 뿐 아니라 페이스북 등 유명 소셜 미디어에서는 Creative Works (음악이나 영상이겠죠) 에 대한 무단 사용을 막는 페널티인 DMCA (Digital Millenium Copyright Act) Strike 가 위반 시에 발동되는데, 트위치에서는 이 DMCA Strike 발동 시 딱히 사유도 알려주지 않고 계정을 정지시켜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 계정 폭파 수준인 것 같은데.. DMCA 사이트에서도 이런 상황이 생기면 크리에이터가 수천 (혹은 수백만)의 팔로워를 잃거나 지금까지 모든 업적이 날아가는 수준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니 꽤나 강력한 페널티 같습니다. 아마 소송이 걸렸을 때 괜히 피곤하니 플랫폼 차원에서 미연에 방지를 하는 것이겠죠.

포켓몬 게임하다가 에드 시런한테 저작권 클레임 당한건 괜찮은데 다른 애들 조심해라.. 뭔가 허탈해하면서도 딥빡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닌텐도 측에서는 곧 해당 포켓몬 게임을 할 때 에드 시런의 노래를 끌 수 있는 업데이트를 배포했다고 합니다.
이미 계정 터진 애들은 어쩔

마치며..

에드 시런을 보면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는데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잘생겨보이는 효과를 내는 묘한 가수입니다. 그에 못지않게 그의 노래도 생각할 거리를 주게 만드는 묘한 매력들이 있는데요. 이전에 나온 싱글 2step 은 박자를 갖고 노는 싱잉랩도 특이점이 있었지만 뮤직비디오가 하필 전쟁 직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촬영된 것이었죠. 개인적으로 저 뮤비에 나온 댄서들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하더라구요.

이번 Celestial 뮤비를 보고있노라면 마치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포켓몬이 진짜로 돌아다니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포켓몬이라면 피카츄 밖에 몰랐는데 왠지 그 안에 더 큰 세상이 있을 것도 같아 이 게임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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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하리보 (Haribo) 광고 원작은 어떤 느낌일까?

요새 TV 를 보니 저의 내적 병맛을 꾸준히 이끌어내는 광고가 있었으니… 바로 하리보 (Haribo) 젤리 광고입니다 🤣 어른들이 회의실에 모여있는데 아이 목소리가 나오는 컨셉이죠! 이 하리보 광고가 꽤 꾸준히 나오던데 아마 다들 못해도 한 번은 보셨을 겁니다. (뭔가 킹 받는데 계속 보게 됨)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1. 회의실에 사람이 꽤 있는데 대부분 왜 아무 말도 안하는가
(끝에 박수치고 웃기만 함)

2. 뭔가 더 들어보고 싶은데 광고는 왜 이렇게 짧은가

그래서 원작을 찾아나섰습니다. 오늘의 글은 전혀 무게없는 글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궁금증에서 찾아봤습니다 🤣 일단 문제의(?) 한국 하리보 광고입니다.

한국 하리보 공식 광고

한국 공식 광고입니다. 수입판매원인 삼경의 채널인데 조회수만 높고 구독자 수는.. 흠🤔

마지막에 8명이 회의실에 앉아있는 데 말하는 사람은 셋 뿐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박수치는 불꽃 연기를 하기 위해 저기에 갔단 말인가..! (왠지 웃고있지만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원작 하리보 광고입니다. 미국판이네요.

미국판 하리보 광고 원작

https://www.youtube.com/watch?v=8rLiPshWGWM
다행히 다양한 사람들이 대사를 골고루 치네요.

좀 더 긴 버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데 못 찾겠네요.

댓글을 보니 사람들이 이 광고를 꽤나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이 광고 대사에는 소위 말하는 “킬포”(킬링 포인트) 가 있습니다.

The red one is more gooder to me, cause it tastes like berries! 🤣🤣

보통 “More gooder” 라고는 안하죠! 아마 어린 아이가 처음에 녹음할 때 이렇게 말한 것을 어른이 그대로 연기하는 것 같습니다. 광고주나 배우나 어린이의 동심을 지켜주는 것 같아 뭔가 뒤늦게 훈훈하네요. “More gooder” 대사를 치는 훈훈한 이 배우는 캐나다의 배우 Brian MacDougall 입니다.

한국판 하리보 광고에는 스타 성우가 있다

조금 찾아보니 한국판 하리보 광고 목소리는 성우 김서영 님이 연기를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3명 목소리 모두 다 같은 성우가 연기한 것 같습니다. 대단쓰..

나무위키에서 김서영 성우의 출연작을 살펴보니 정말 다작을 하신 분이네요. 그 중에 제가 알만한 두드러진 역할은 검정 고무신의 기영이(!!), 닥터 슬럼프의 아리, 도라에몽의 도라에몽(!!), 보노보노의 보노보노(!!!) 입니다.

이렇게 스타 성우를 기용했으니 광고가 무지하게 짧아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끄덕끄덕 하고 갑니다.

아래는 성우 김서영 님의 작품을 모아둔 유투브 클립입니다.

마치며..

그냥 개인적인 뻘 궁금증에서 시작한 글인데 찾아보니 은근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하리보 계속 보다보니 내일 나가서 하리보나 한번 사먹으려구요. 빨간 곰을 보면서 제 자신이 왠지 “나는 빨간 곰이 쩨일 좋아” 드립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팬데믹에는 두부를 드세요!

시카고 다운타운에 바람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눈에 띄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미국 광고(?)답지 않게 귀엽게 생긴 캐릭터가 연말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었는데, 운전 중인 터라 Tofu (두부) 어쩌고 하는 것과 밑에 “Peta” 만 보고 집에 와서 제대로 찾아보자 싶었죠.

구글에 “Peta Tofu Ad” 로만 검색하니, 이 광고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

Credit: Peta

TOFU NEVER CAUSED A PANDEMIC.
TRY IT FOR THE HOLIDAYS.

두부는 팬데믹 (범 유행) 을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연말에 한번 드셔보세요.

PETA

근데 이게 뭔 소리야

이것이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죠. 하다하다 두부가 팬데믹의 주범이란 말도 있었나? 두부는 죄가 없다 뭐 이런건가? 그리고 Peta 라는 단체는 대체 무엇?

일단 Peta 라는 단체를 찾아보니,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이라는 약자를 가진 단체네요. “동물의 윤리적인 취급을 위한 사람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동물 보호 협회의 이미지가 강하게 와닿네요.

Peta 의 홈페이지를 들러보니, 두부에 대한 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단백질이 풍부한 이 식물성 음식은 동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 (두부의 원료인) 콩으로 1갤런 (3.8L) 의 두유를 만들때 들어가는 물의 양이
    같은 양의 우유를 생산할 때보다 1/14 수준으로 낮다
  • 두부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0이며, 심장병, 암 그리고 다른 치명적인 질병 위험을 낮춰준다

그리고 이 광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 동물을 가둬놓고 죽이는 행위 (공장식 축산을 말하는 것 같네요) 로 인해 스페인 독감과 COVID-19 을 포함한 여러 치명적인 동물성 전염병이 발생했다
  • COVID-19 의 위험에도 뉴욕 시 내에 80곳의 동물 시장과 도축장이 운영중이다
  • 미래에 발생할 팬데믹 (범 유행)을 막기 위해 이러한 전염병의 근원을 차단해야 한다
  • 그러므로 건강하고 인간적인 두부를 많이 먹자!

이런 정도 내용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일견 맞는 말인 것 같죠? 20세기 초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나, 1차 대전 당시 영국군이 식량으로 잡던 조류의 바이러스가 돼지로 전염되면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현재 진행 중인 COVID-19 역시 중국 우한의 동물 시장에서 발원했다고 하죠. 그 외에 조류독감 및 돼지독감 등 동물성 전염병의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니, 식물성 식단에 대해 한번쯤 고려해 볼만도 하다 생각되네요.

한 편에서는 “낄끼빠빠 모르냐?” 비판도

Peta 의 이 두부 광고는 2020년 상반기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반응을 찾아보니, 역시 다양성의 나라 미국답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충 반응은 이러합니다.

  1. (당시 COVID-19 가 한창이었던 때)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런 광고나 올릴 때냐!
    → 분위기 파악 못하는 광고 때문에 채식주의가 역풍 맞는다
  2. 가뜩이나 COVID-19 때문에 동양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을 때 두부 광고
    → 인종차별적이다! (?)
  3. 식물성 단백질이 일반 육류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 돈없는 사람은 생각 안하냐!
  4. (조금 황당) 노숙자가 누울 수도 없는 벤치에 (아래) 저렇게 광고를 붙여놨어
    → 계급주의냐! (노숙자 친화적이지 못한 조형물에 대한 논란이 많더군요)
https://twitter.com/ellorysmith/status/1292832594581569539

뭐 일리있는 이야기도 있고 이건 뭐야 싶은 것도 있는데, 하여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두부 광고인 것 같네요.

자극적인 방식과 행동으로 동물보호를 주장하는 Peta

두부 광고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어쩌면 Peta 단체에 대한 반감 때문에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Peta 는 실험실에서 고통받거나 도축장에서 도살되는 동물들에 대한 적나라한 이미지를 가감없이 표현하여 소위 “논란”을 일으키는게 이들의 주된 활동 방식입니다 (퍼포먼스나 사진들이 굉장히 자극적이라 여기에는 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 일반인들이 보기에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도 있어, 그간의 활동이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들도 있는듯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인상적인 활동은, 명품 브랜드들의 동물 피혁 혹은 털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면서, 단순히 캠페인이나 시위에 그치지 않고 직접 “실력 행사”를 하여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2016년 Peta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주주(!)가 되어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동물 가죽제품 생산의 제동을 걸고, 2019년 프라다는 결국 이에 동의하였는데요. 논란이나 대중의 반응과 상관없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한 막대한 자본으로 이렇게 목소리를 낸다는 것 역시 “찐” 자본주의 미국의 단면이기도 한것 같네요.

Peta 활동가들이 프라다 매장 앞에서 타조 피혁을 이용한 프라다 가방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Credit: Peta

두부 캐릭터로 분위기 반전 성공!

그런데 그 간의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운동 방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요? Peta의 두부 광고는 동물의 도살 현장이나 피를 보여주지 않고도 이슈 메이킹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2020년 9월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두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신장했다고 하는데요. 미국 내 Nasoya 두부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풀무원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한국에서 두부 1백만 팩을 공수해 와야 했다네요. 기사는 이러한 인기의 원인 중 하나로 Peta 의 두부 광고를 꼽습니다.

두부를 이용한 레시피 검색도 급격하게 증가했는데요, 구글 검색에서는 두부의 검색량이 지난 3월 이후 두 배로 증가했으며, 홈 쿡 레시피 웹사이트인 Allrecipes 에서 두부를 이용한 요리 검색은 3월 한 달간 266% 증가했을 뿐 아니라, 지난 7월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혹은 닭고기를 이용한 요리 검색량을 앞지를 정도였다네요.

또한, 두부는 보통 팩 안에 물과 함께 담겨 포장이 되는데,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포장방식이 다소 다가가기 어려웠나 봅니다. Peta의 친근한 두부 캐릭터 광고가 소비자들의 이런 인식 변화에 기여함과 동시에, 제조사들은 두부를 활용한 간편 식품 개발에 나서면서 계속적으로 인기를 이어나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하니, 두부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Peta 는 2020년 한 해 두부 캐릭터를 꾸준히 밀면서, 아예 두부 관련 상품들도 끊임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땡스기빙 때는 두부 캐릭터 모양 코스튬을 내놓는가 하면, 연말 선물 아이템 중에는 ..두부 향 양초..도 있네요. 이거 장난이 너무 심한거 아니오 두부를 좋아하는 저로서도 굳이 공감은 안가지만, 뭐 노력 하나는 가상합니다.

마치며..

두부 광고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육식을 버리고 채식으로 돌아설까요? 육류 고기의 매력을 계속 경험해 온 대다수의 사람들의 식성을 변화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로서도 두부는 두부, 고기는 고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도는 칭찬할 만 합니다.

Peta 가 종전의 극단적인 운동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친근하고 대중의 공감을 사는 활동을 지속한다면 보다 더 환영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여도 극단주의를 달리는 것은 그 의도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니까요.

넷플릭스 “퀸즈 갬빗” 이 가져온 체스 열풍?

지난 10월 23일 첫 방영된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퀸즈 갬빗 (Queen’s Gambit)” 은 최근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시청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남성 플레이어가 독보적인 체스 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적인 여성 플레이어 베스 하먼 (Beth Harmon) 이 정상을 차지하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그린 미드인데요. 소설가 월터 테비스 (Walter Tevis) 가 1983년 발간한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7부작 미니시리즈는 방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례로 방영이 시작된지 28일만에 6천2백만 가구에서 시청을 했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줄거리나 영상미도 완성도가 높지만, 미묘한 체스의 기술이나 전략 차이가 승패를 좌우하는 상황을 자주 연출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체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뒤늦게 체스를 시작했지만 제 자신이 마치 주인공 베스 하먼처럼 쟁쟁한 선수들을 격파하는 어이없는 그림을 괜시리 상상도 해보고, 또 한편으론 서양의 장기인 체스를 상식처럼 알아두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 것도 이유 중 하나이구요. 그런데 최근 블룸버그에서 나온 기사에 따르면, 요새 저같이 체스에 관심을 갖게된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하는데, 그 주요한 원인으로 바로 이 드라마 퀸즈 갬빗을 꼽고 있습니다.

온라인 체스로 몰려든 사람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유명 체스 게임 웹사이트인 Chess.com 은 올해 3월 팬데믹 이후 신규 회원이 꾸준히 늘었지만, 넷플릭스에서 퀸스 갬빗이 방영되기 시작한 이후 11월 한달 동안만 280만명의 신규 회원이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료로 체스를 즐길수 있는 또다른 사이트인 Lichess 에서는 2020년 11월 한달 간 무려 7천 8백만건의 게임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전년 동기에 비해서 두 배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Chess.com 의 신규 회원 수 증가를 나타내는 그래프
Source: Bloomberg Businessweek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퀸즈 갬빗 방영 이후로 Chess.com 에 유입된 신규 회원들의 성별 분포인데요, 기존 Chess.com 의 회원 성비가 여성 22% / 남성 78% 였던데 반해 신규 회원의 성비는 여성 27% / 남성 73% 로 더 상승했다고 하니, 퀸즈 갬빗의 주인공 베스 하먼이 남자들을 보기좋게 눌러버리는 모습에 많은 여성들이 동기부여를 얻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초반에는 베스 하먼이 게임 전적도 없는 나이어린 여성이라는 점에 다른 남성 선수들이 대놓고 업신여기는 장면도 부각되거든요.

퀸즈 갬빗 방영 전후 Chess.com 의 성비 변화
Source: Bloomberg Businessweek

미국 소비시장에 불어닥친 퀸즈 갬빗 열풍

퀸즈 갬빗의 파급력은 미국 소비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NPR 의 기사에 따르면, 6가지 체스 세트를 판매하는 유명 장난감 업체인 Goliath Games 의 경우 11월 한 달간 체스 세트 판매량이 전년 대비 무려 1,048% 상승했다고 하며, 다른 업체인 Spin Master 또한 Triple-digits (100% 혹은 그 이상) 판매량이 성장했다고 하네요. 중고 거래 사이트인 eBay 에서도 퀸즈 갬빗이 방영되기 시작한 이후 체스 세트 및 액세서리 판매가 215% 상승했다고 하는데, 왠지 체스를 하다가 안하고 처박아 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가 더없이 고마울 수 없겠네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eBay 에서 나무로 만든 체스가 플라스틱, 전자 (뭐지) 그리고 유리 체스를 합친 것보다 9배 더 수요가 높다고 하는데, 아마 퀸즈 갬빗의 배경인 냉전 시대의 “갬성”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Goliath Games의 Pressman 체스세트

새로운 플랫폼과 클래식 체스의 만남

퀸즈 갬빗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이 빛을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바로 실제 체스 경기를 하는 프로 선수들입니다. 올해 팬데믹으로 인해 프로 선수들은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Twitch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단순히 그간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져서 시청자 수가 많지 않았던 체스 경기가 이제는 프로 선수 간의 경기를 온라인으로 방송하며 거기에 중계 / 해설까지 곁들이는 정도가 되었다고 하니,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인것 같습니다. 여기 링크를 누르시면 Twitch 스트리머 GMHikaru 의 비디오를 보실수 있는데, 무려 73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체스 그랜드마스터 (체스 플레이어의 최고등급) 입니다.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역시 세상은 넓고 모르는건 많나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Chess.com 에서는 분명히 이러한 체스 열풍을 반기는 눈치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아예 퀸즈 갬빗을 테마로 한 장문의 글과 가상의 인물인 베스 하먼의 인물 분석까지 내놓고 있는데, 퀸즈 갬빗 드라마를 넘어 더 심도있는 체스 정보를 알기에 좋은 자료인듯 합니다. 영문 사이트이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해당 링크들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찾아보니 Chess.com 은 한글로도 이용 가능하니 퀸즈 갬빗을 보시고 체스에 도전해 보시고 싶은 분들은 좋은 기회가 될듯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Dr. Wolf 라는 어플을 해봤는데, 초보도 차근차근 배우기 좋은 앱인 것 같습니다. iOS안드로이드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세계 체스 강국은 어디일까?

앞에서 잠시 언급한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 줄여서 GM)는 세계 체스 연맹 (FIDE) 가 인정하는 체스 플레이어의 최고 등급입니다. 그렇다면 그랜드마스터가 제일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1위는 바로 러시아로 현재 256명의 GM 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위는 미국으로 101명의 GM을 보유하고 있는데, 러시아와의 차이가 압도적이죠. 퀸즈 갬빗에서도 미국 선수들이 소련의 선수들을 가벼이 보지 않던 이유가 여기에 있던 것 같습니다. 3위가 의외로 중국입니다. 48명의 GM 을 보유하고 있네요.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체스계에서 어떤 위치일까요? 세계 체스연맹 (FIDE) 랭킹에 따르면 국가랭킹으로는 90위이며, 그랜드마스터는 1명인데 이 GM의 이력이 특이합니다. 알렉세이 김이라는 분인데, 알고보니 러시아에서 GM을 땄지만 소속 연맹은 한국 체스연맹인 우즈벡 고려인 4세라고 하네요. 고려인 1세였던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한체스연맹으로 2006년 이적했으나, 최근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랜드마스터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겠지요. 퀸즈 갬빗의 선풍적인 인기가 대한민국에도 전해져 더 많은 체스 꿈나무들이 자라나고, 향후 과학이나 수학 올림피아드처럼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Queen’s Gambit Behind the Scenes. 단어 Gambit 은 “체스 초반의 수”를 뜻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