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와 앤드류 카네기는 어떤 관계일까?

요즘 유명 자기계발서 저자 데일 카네기 (Dale Carnegie) 의 “자기관리론” 을 읽고 있습니다. 리디에서 책 한 권 값으로 두 권 구매가 가능하길래 고전을 읽는 느낌으로 읽고 있죠. “자기관리론”의 원저 제목은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 인데요. 풀어쓰면 “걱정 그만하고 삶을 사는 법” 정도로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아마 최초에는 번역서 제목을 뽑기 어려워서 “OO론”으로 뭉뚱그렸을 수 있겠지만 제목처럼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니니 일독을 추천합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카네기에 대한 의문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카네기는 이 데일 카네기 (Dale Carnegie) 말고도 앤드류 카네기 (Andrew Carnegie) 가 있죠. “철강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인물이죠?

앤드류 카네기는 미국 굴지의 철강회사 US Steel 의 창업주이자 자선가입니다. JP 모건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 후 자선사업을 활발히 펼쳤는데, 카네기 멜론 대학, 피츠버그의 카네기 뮤지엄, 그 유명한 카네기 홀 등이 그의 업적입니다. 카네기 재단에 따르면 앤드류 카네기의 재산을 현재로 환산 시 총 3천90억불 정도 된다고 하는데, 한화로 치면 413조원 가량되고, 현재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보다도 (현재 약 225조원) 많은 재산입니다.

이런 앤드류 카네기 만큼이나 데일 카네기 역시 최초로 본격적인 자기계발서를 펴내고 지금까지 처세술과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여전히 손꼽히는 위인입니다. 데일 카네기 역시 부유한 카네기 가문의 일원일까요?

사실 데일 카네기는 철강왕 카네기와 관련이 없다

네, 사실 데일 카네기는 철강왕 카네기와 일절 관련이 없었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성씨인 “카네기”의 영문 스펠링도 원래 “Carnagey” 였는데, 1913년 그는 철강왕 카네기와 같은 “Carnegie” 철자로 이름을 바꾸게 되죠. 우연일까요?

데일 카네기는 군 복무 이후 YMCA 에서 Public Speech 강의를 했는데, 수강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좋은 수업이었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이후 쌓은 영업 경력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주로 세일즈맨들이 큰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긴장하거나, 공포감이 엄습할때 용기를 불어넣는 방법 등을 교육했다고 하네요.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Effective Speaking and Human Relations” (효과적인 화법과 인간관계) 수업을 들으려고 몰려들었고, 데일 카네기는 2년 만에 YMCA를 떠나 자신만의 아카데미를 뉴욕에 차렸다고 합니다.

1913년에 데일 카네기는 자신의 첫 책인 “Public Speaking and Influencing Men of Business” (대중 연설과 영향력 있는 사업가들) 를 출간했습니다. 데일 카네기는 당시 수입이 일주일에 500달러나 될 정도로 유명 강사가 되었는데, 당시 판매되던 자동차인 포드 Model T 의 가격이 500달러 정도였다고 하네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500만원 정도?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데일 카네기는 1916년 뉴욕 카네기 홀에서 자신의 강의를 진행했는데, 역시나 그의 강의는 모두 완판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데일 카네기는 자신의 성씨인 “Carnagey” 를 철강왕 카네기와 같은 “Carnegie” 로 바꾸게 되는데, 자신의 이름을 철강왕 카네기의 가문과 연관이 있게끔 사람들이 인식하도록 만드는 다분히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당시 데일 카네기는 이름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이론을 이미 정립했었고, 이후 그의 유명한 저서인 “인간관계론”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 에서도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많이 나오거든요.

결국 두 사람은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었지만

아마 데일 카네기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과거 수강생이나 지인들은 이러한 미묘한 이름의 변화에 대해 별다른 느낌이 없었을 겁니다. 애당초 데일 Carnagey 가 철강왕 Canegie 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를 몰랐던 대다수의 대중들에 대해서는 이러한 변화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그의 저서 “인간관계론” 하나만 봐도 데일 카네기의 살아 생전에만 5백만 부를 판매했다고 하며, 전세계적으로 번역되어 지금까지도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또한 데일 카네기가 세운 Dale Carnegie Institute 는 현재까지 전세계 90개국에서 리더십 및 HR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적인 교육기관이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자신의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의 성공이 학위가 아닌 Dale Carnegie Institute 에서 받은 교육 덕분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네요.

유명한 인물, 소위 Big Name 에 편승하는 전략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비슷한 예로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담은 제목으로 클릭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들이나 글, 혹은 유투브 영상들이 있겠죠? 아무도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 시간과 수고를 들여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노력도 높이 살만 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글은 따로 있죠. 데일 카네기는 이미 이러한 대중의 습성을 그 옛날에 이미 알고 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데일 카네기의 유명인에 편승하는 전략은 이름 뿐 아니라 그의 저서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의 저서에서 나오는 일화들은 아무개씨가 아닌 실제 인물들의 것이며, 그 인물들 또한 유명인들입니다. 이를테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나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사람들 말이죠. 성공한 유명인들의 일화를 차용함으로써 메시지의 임팩트를 높이고 대중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식입니다.

처세술이나 Public Speaking 에 대한 이론이 채 정립되지 않았던 20세기 초에 이런 전략을 구사했던 데일 카네기의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데일 카네기가 만일 요새 사람이었다면 마케팅 천재 혹은 엄청난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았을까요?

카네기 이름을 차용한 사람이 또 있다?

철강왕 카네기의 이름을 차용한 당시 유명인은 데일 카네기 뿐은 아니었습니다. Hattie Carnegie (해티 카네기) 라는 여성인데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여성은 1889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난 유대인입니다. 본명은 Henrietta Kanengeiser 인데, 1900년에 가족과 뉴욕으로 이민을 오는 배 안에서 그녀는 한 승객에게 당시 미국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 누군지 물었고, 그 답은 모두 알다시피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였습니다. 어린 해티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성을 카네기라고 지었다는군요. 매우 당돌하죠?

결과적으로 해티 카네기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앞선 스타일을 자신의 브랜드에 녹여내었고, 수작업으로 제작하던 자신의 브랜드에 기성복 라인을 추가하여 회사를 스케일업 하였습니다. 그녀의 드레스 제품군은 캘리포니아에서, 특히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인기였다고 하는데, 아마 이런 유명세에도 그녀의 이름이 한 몫을 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후 그녀는 스포츠웨어와 보석류 등 새로운 브랜드들을 출범시켰고, 당시 유명 디자이너들을 고용하여 시대마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콜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하네요.

아직까지 해티 카네기의 브랜드가 남아있는지 궁금했는데, 1956년 그녀의 사후 브랜드가 조용히 쇠락한 느낌입니다. 뉴욕 타임즈의 한 기사에서 해티 카네기의 리테일 샵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 이후로 기성복 Wholesale Business 에 집중하는 것 같았지만, 이후에 딱히 정보를 찾아보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해티 카네기는 데일 카네기와 함께 철강왕 카네기의 이름에 기대어 성공한 또 다른 인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마치며..

간단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번 글은 쓰다보니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해티 카네기의 정보를 모으던 중 재미있던 부분은, 당시 미국으로 이민오던 사람들이 자신의 성을 카네기라고 짓는 것이 그 시대의 유행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재력과 유명세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그 많은 카네기 중에 성공한 카네기로 손꼽히는 이들이 극히 일부인 것은, 유명인의 이름에 기댄 것에 그치지 않고 성공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성공의 레시피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일단 소박하게 아직 다 읽지 못한 데일 카네기의 책부터 완독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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